현대차 노조, 비정규직 흡수 추진

출 처 연합뉴스 날 짜 2004.02.10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고용불안 심화 등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사내 비정규직 노조를 흡수.통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대단위 제조업 사업장에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귀추가 주목되나 노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결말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17일부터 약 일주일간 진행되는 2004 사업계획 및 예산 확정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정규직 노조에 흡수하는 형식으로 비정규직의 직영노조(현 현대차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 논의키로 했다.

이번 안건 상정은 올 1월 1일자로 선임된 신임 집행부(노조위원장 이상욱)가 비정규직의 직영 노조 가입 허용, 비정규직 차별철폐,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등의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선거공약에 포함시킨데 따른 것으로, 현대차 선거공약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노조 가입 문제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노조 가입 문제를 향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것인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전임 집행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영 노조 가입을 위한 추진위를 구성한데 대한 후속조치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을 원청노조에 가입시키려면 대의원대회에서 노조규약상의 조합원 범위를 확대시켜야 한다.

롯데 호텔 등 일부 사업장에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흡수한 사례가 있으나 대규모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선례가 없다.

이에 앞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작년 7월 처우 향상 등을 목적으로 비정규직 노조를 설립했으며 전체 비정규직 1만여명 가운데 약 800명 가량이 가입돼있다.

한편 노.사.정은 지난 8일 합의한 `일자리 만들기 사회 협약'에서 기업이 임금,근로조건, 교육, 훈련 복지면에서 비정규직을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는 한편 정규직 채용시 비정규직을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또 이 협약에는 노동계가 고용창출과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 완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수준이 높은 부문에 대해 향후 2년간 임금안정에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규직 노조의 비정규직 노동자 흡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을 해소하고 비정규직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적지 않으나 노조내에서도 기득권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노-노'갈등의 소지가 있는 부문이어서 현대차 노조가 쉽사리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조합원 사이에서 비정규직의 흡수 부분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가 일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더 큰 틀에서 접근, 합의를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