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쇠파이프, 그라인더, 용접봉, 철근, 깔꾸리, 목재, 망치, 타카, 스위치, 전선, 뺀찌, 스위치...
11월 6일 일요일 이른 아침, 인천건설기술교육원에는 갖가지 건설 재료가 즐비하다.
안전모와 작업복을 입은 건설노동자들의 발길도 분주하다.
오전8시, 본경기가 시작됐다.
전날 개회식 및 경기준비 때만 해도 여유를 갖고 담소를 나누던 선수들이 본경기에 돌입하자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잠깐 경기장을 나와 담패 하나 꺼내 무는 순간에도 온통 머릿속엔 도면만 있는지 골똘하다.
용접-배관, 형틀목수는 건설경기대회가 4년째 진행되는 가운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는 용접, 형틀목공 종목에 각각 여성선수들이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형틀목공에서는 젊은 청년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기능학교를 통해 참가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에 이어 철근도 경기를 치르는데, 시험문제 난이도가 높아져 선수들이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장인테리어는 2회 대회에서 시범경기로 치러진 이후 4회에서 실전 종목이 됐다. 건설노조 부울경인테리어목공지부에서 참가가 두드러 졌다. 이외에도 서울, 광주전남에서 선수들이 출전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전기가 시범종목으로 첫 등장했다. 다른 경기에서는 재료를 깍고, 다듬고, 자르는 소리가 시험장에 가득찼지만, 전기 시험장은 고요함이 가득차 있다. 현치도, 설계도가 아닌 회로도에 따라 적색 전선을 이어 작동시키게 된다. 맨 마지막 시험감독관이 전원스위치를 켤 때 작동이 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성패가 판가름 나는 것이라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기능인들의 쓰임에 따라 도구가 다 다르듯 그곳에 깃든 사연도 갖가지.
최근 하루 총파업을 벌인 바 있는 울산플랜트지부 배관(일반) 참가자는 "지금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총파업투쟁의 일환으로 경기대회에 참가한다. 건설노동자가 기능인으로 대접받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투쟁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소개했다. 배관 짝궁 용접 분야에 나선 전남동부경남서부플랜트지부 여성 참가자는 '개인 실습장'을 갖고 있을 만큼 열성적이다. "제관 9년을 하다가 용접으로 전업"했다는 참가자는 "현장에서 여성을 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좋아하는 일이라 힘껏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푸집 분야에서는 재수생, 삼수생들이 많았다. 한편 기능학교 학생들의 참가로 젊은층이 많았다. 40대 여성 참가자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기능학교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겨뤄보러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종목은 달라도 시린 혹은 뜨거운 마음은 같았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냐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임금이 너무 적다...솔직히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안 했을 것"
"젊은층이 꺼려한다...청년들이 기능을 배우려 하지 않는다"
기능대회 참가 이유에 대해 많은 이들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와보니까...다시 오고 싶어질 것 같아요."
기능대회가 날로 커가는 이유는 위와 같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플랜트 쪽에서는 포항지부가 우수한 성적을 보였으며, 건설노조 쪽에서는 광주전남건설지부가 만년 2등 설움을 딪고 3가지 종목에서 금상을 거머쥐었다.

수상내역
우수선수상
광주전남건설기능학교 곽기준
우수학교장상
포항플랜트건설기능학교장 박신용
공로패
광양플랜트건설기능학교 관리부장 김동석
우수학교상
서울건설기능학교

동상
용접(학생부)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울산플랜트지부 신동섭
배관(학생부)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전동경서
용접(일반)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울산플랜트건설지부 정의대
배관(일반)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전동경서플랜트지부 박관순
전기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 이병달
실내장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인테리어목공지부 한병관
철근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건설지부 김원
거푸집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지부 제윤영

은상
용접(학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전동경서플랜트건설지부 이은성
배관(학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포항플랜트건설지부 문성환
용접(일반)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플랜트건설지부 김동준
배관(일반)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플랜트건설지부 차만춘
전기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지부 유신언
실내장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인테리어목공 박종훈
철근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지부 신기산
거푸집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 조대호

금상
용접(학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포항플랜트건설지부 김문수
배관(학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전동경서 최명국
용접(일반)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포항플랜트건설지부 이진원
배관(일반)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포항플랜트건설지부 김병학
전기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지부 손수영
실내장식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지부 곽기준
철근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지부 우재남
거푸집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건설지부 박경호

<매일노동뉴스>

[현장스케치] "건설노동자, 노가다 아닌 전문기능인”
건설산업연맹 주최 건설기능경기대회 성황리에 열려 … "기술도 나누고 일자리도 소개하는 건설기능인 축제"
2011년 11월 08일 (화) 김은성 kes04@labortoday.co.kr

"제가 전문 건설기능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자긍심을 기르고 사회에도 알리고 싶었어요. 건설기능경대회가 활성화돼 건설기능인을 폄하하는 사회 분위기도 변했으면 합니다."

목수 강인석씨(62)가 지난 6일 인천 남동구 인천건설기술교육원에서 열린 전국건설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한 이유다. 강씨는 "저임금·악성체불·외국인노동자들에 밀려 숙련공들이 날품팔이 인력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대회를 통해 사회 인식을 바꾸고 숙련공들이 인정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건설기능경기대회는 건설산업연맹이 주최하는 행사로, 국내 노조 가운데 기능대회를 여는 곳은 건설산업연맹이 유일하다. <매일노동뉴스>가 올해 4회째를 맞은 대회 현장을 찾았다. 1회 40명으로 시작한 대회는 참가자수가 꾸준히 늘어 올해 54명이 참여했다. 경기 종목도 용접·배관, 형틀·목공에서 철근·인테리어·전기(시범) 분야가 추가돼 확대됐다. 5일에는 개회식과 함께 예선전이, 6일에는 본 대회와 시상식이 진행됐다.

◇정보·인맥·경험 쌓는 축제 = 보슬비가 내리던 오전 9시. 인천건설기술교육원에는 나무와 쇠를 자르는 선수들의 분주한 손놀림으로 열기가 가득했다. 나무·쇳가루·가스 냄새 등이 뒤엉켜 눈은 맵고 머리는 어지러웠다. 용접기 등 온갖 공구 소리에 귀 또한 먹먹했다.

경기 종목을 사람의 신체에 비유하면 형특·목공(거푸집)은 골격에 해당한다. 철근은 뼈, 배관용접은 혈관, 전기는 혈핵, 인테리어는 화장에 해당한다. 대회에는 그간 연맹이 운영한 전국 7곳의 건설기능학교에서 기능을 익힌 건설노동자들이 참가한다. 시험 문제와 심사는 경기의 공정성을 위해 모두 외부 전문가들이 주관한다. 시험 문제의 난이도는 중급 수준이다. 건설 분야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나 기본 매뉴얼이 없다보니 출신 지역 등에 따라 기술이 다 제각각이다.

4회 연속 출전자인 목수 장남인(57)씨는 경기 대회를 “축제”라고 소개했다. 장씨는 "서로 다른 기술을 보며 정보를 나누고 다른 경기 출전을 위한 경험도 쌓고 인맥을 만들어 일자리 소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장씨는 “경쟁을 하기보다는 대회를 통해 전국의 동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힘을 얻고 스스로 자긍심도 쌓게 돼 축제같이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어이' 하고 부르던 선수들이 경기를 함께 치르면서 호형호제하며 서로를 부르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시험지 설계도면을 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서로의 기술과 경험을 나눴다.

◇ "현장성이 가장 큰 장점" = 대회가 거듭될수록 참여하는 수험생들의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1·2·4회 형틀목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태휘 건축시공기능장은 "회가 거듭될수록 수험생들의 태도가 더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며 “수험생들의 호응에 맞춰 전용 시험장을 마련하고 비좁은 장소를 넓히는 등 경기진행 부분도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회를 위해 3개월간 특별훈련을 한 참가자도 있었다. 용접 종목에 홍일점으로 참가한 임선영(45)씨가 주인공이다. 임씨는 4년차 용접공으로 최근 울산 기능학교에서 특수 용접을 공부하던 중 노조의 권유로 참가하게 됐다. 임씨는 “다른 이들의 기술을 보며 내 수준을 점검하고 전문 기술가로 더 열심히 기술을 길러야겠다는 자극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의 참관도 늘었다. 완성된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선수들에게 기술을 묻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인천건설기술교육원 용접반 학생 조연재(42)씨는 "실제 현장에서 어떤 기술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게 돼 도움이 됐다"며 "선수들의 기술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없는 점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외부 전문가도 선수들의 숙련도를 높이 치켜세웠다. 인천건설기술교육원 특수용접 교사인 이인희씨는 "각종 건설대회 시험 출제자와 심사위원으로 30여년간 활동해 왔지만 현장에 바로 투입될 만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참가한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능인이 우대받는 독일과 호주 등 선진국으로 가면 연봉 1억원 이상을 받을 만한 솜씨”라고 평가했다. 이씨는 “노조가 건설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앞장서 활동하는 것에 놀랐다”며 “정부는 상금 등을 지원해 대회를 활성화 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숙련공 사라지는 건설현장 = 이씨를 비롯해 건설업 전문가들은 건설기능인 육성에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건설현장에서는 건설숙련공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 7월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기능인력 중 40대 이상의 비율이 77.4%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체 취업자의 노령화율(40대이상 비중) 59.0%에 비해 무려 18.4%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기능인력이 숙련되는 데 5년 정도가 소요되고 건축의 품질이 기능인의 숙련도에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령화 현상은 건설업 생산 기반의 붕괴를 경고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실내장식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한수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 교수는 “전문 기술을 가진 건설노동자를 ‘노가다’로 폄하해 버리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건설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며 “인식 개선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험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용접공의 보호안경에는 땀으로 인해 계속 습기가 차올랐다. 시험이 끝나자 곳곳에서는 아쉬움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5분만요”를 외치며 계속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대회 참가자 막내인 신동섭(32)씨는 “평소 혼자 작업하다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작업하느라 긴장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쉽다”며 “다음 대회에 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번 대회가 건설노동자들에게 꿈을 꾸게 하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이번 대회 각 부분별 금상은 용접 학생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김문수·배관 학생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최명국·용접 일반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이진원·배관 일반부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김병학 전기(시범)·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지부 손수영·실내장식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지부 곽기준·철근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지부 우재남·형틀목수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정준오씨가 수상했다. 이들은 전기(50만원)을 제외하고 모두 상금 100만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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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남궁현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이사장
"정부, 고숙련 건설기능인 육성 지원해야"

"고숙련 건설기능인을 위한 훈련을 실시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겠습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남궁현 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이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건설산업연맹(위원장 백석근) 산하 부설기관 비영리사단법인인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센터가 법인 설립을 마쳤다. 지난달 국토해양부로부터 법인 설립 허가증을 받은 센터는 앞으로 건설기능인들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사업을 진행한다. 센터에는 플랜트건설노조 3개 기능학교와 건설노조 4개 기능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현재 건설노동자가 직업능력 향상훈련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노조가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건설기능학교 말고는 없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수요자 중심의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효율화'정책 등에 따라 제도를 변경하면서 정부 지원을 받기가 힘들어진 상태다. 남궁현 이사장은 “건설노동자에게 필요한 현장성·전문성·공공성이 보장된 기능훈련이 없어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센터 법인화를 계기로 관련 부처들과 건설기능인 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 "센터의 교육은 높은 취업실적을 보장하는 현장성, 신기술에 부응하는 전문성, 기능훈련을 희망하는 자에게 무료로 교육을 실시하는 공공성을 갖고 있다”며 "훈련센터에 대해 안정적인 예산 지원을 위해 건설기능인 육성에 관한 법률을 입법화하고 정부로부터 안정적으로 예산 지원을 받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