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아서 살아남으면 살이 문드러지고 썩어들어간다. 병원에서는 내 손이 잘리는지 붙어있는지 판단도 못하는 생활을 한다. 허리뼈 부러지고 갈비뼈가 4개씩 양쪽이 터져도 끝까지 활선차 끌고 회사까지 입고시켰던 전기원이다. 손가락 없는 전기원들 숱하다. 옆구리 터져나간 상처자국 흔하다. 그런 삶 떨치고자 20년전 노조 만들었다. 돈에 눈먼 사장들, 그 사장들 비호하는 한국전력, 노조 깨겠다고 정면승부 걸었다. 목숨 걸고라도 노조 지켜야 한다."











전북건설지부 고영귀 지부장과 남원지회장이 15만4천볼트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랐다.
민주노총 정광수 전북본부장과 건설노조 류영필 전북지역본부장이 한국전력 전북본부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튿날인 4일 교섭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사측은 돌연 교섭 불가 입장을 보였다.
4일 한국전력 전북본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북건설지부 고영호 부지부장은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데 그것마저 못하게 하는 것이 배전업체 사측과 한전"이라며 "노동자들이 얼마나 죽어나가고 가족들이 얼마나 피눈물을 쏟아내야 사태를 해결하려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 김호중 수석부위원장은 "우리는 인내했다. 우리의 요구는 소박하다. 사측은 초지일관 3억 묻어놓고 이참에 노조 깨려고 한다. 너희들 한번 죽어봐라 한다. 하루하루 새롭게 분노하고 악랄하게 투쟁하자"며 결의를 높였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전북 전기원들의 투쟁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한전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단식을 전개하고 있는 건설노조 류영필 전북지역본부장은 "밥 한끼 굶는 것, 몸 좀 축나는 것 어떤가"라고 운을 뗀 뒤 "15만4천볼트다. 태풍이 온다고 한다. 자칫 단선이라도 된다면, 자칫 번개라도 맞는 사고가 나면 목숨 절대 부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공농성, 단식농성 소식을 접한 건설노조 동지들로부터 수없이 힘을 실어주는 전화가 오고 있다"며 "오는 10일 예정된 건설노조 쟁의대책위원회에서 녹색물결을 일으키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건설지부장 고영귀입니다. 투쟁으로 인사드립니다! 투쟁!"
송전탑 위 바람은 세찼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내리꽂는 햇볕은 피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지부장의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뭉클하다. 송전탑에서 전기원의 삶을 새삼 느끼고 있다. 전기원들이 얼마나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극도의 긴장을 경험하고 있는지. 그리고 배전업체 사장들이 한번 와봐야 한다. 그러면 알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요구가 왜 정당한지, 우리가 왜 노조를 하고 있는지. 죽기를 각오했다. 끝까지 투쟁하겠다."
집회를 마치고 전기원을 비롯해 경남, 전북건설기계 등 건설 동지들과 전북 버스 등 연대 대오들이 송전탑으로 집결했다.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남원지회장은 한걸음에 달려온 동지들을 보며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끝까지 싸워서 신명나는 배전현장 만들어보자"고 힘주어 말했다.
전북건설기계지부 김상태 지부장은 "결국 올랐다. 결국 단식이다. 전기원들은 극한의 상황에 몰렸다. 현장에서 목숨 담보로 작업하는데 잘못된 관행 뿌리 뽑자로 고발하고 민원 넣어도 처벌은커녕 현장에 나와보지도 않는 한전이다. 교섭 하자는데 또 다시 말을 번복하고 또 다시 뒤집었던 배전업체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한전이 죽든, 배전업체가 죽든, 노동자가 죽든 결판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4일 오후 지부 쟁대위 도중 5일 오후 2시 교섭이 잡혔다.
전북 전기원들 뒤에는 2만5천 건설노조가 있다. 80만 민주노총이 있다.
전북 배전업체 사측과 한전은 노동자들 기만말고, 성실교섭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