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들은 건설근로자공제회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한다!

작년 12월경 고용노동부가 건설일용노동자들의 퇴직공제금을 관리하는 기관인 건설근로자공제회를 기획재정부에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에 따라 1월 이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공공기관 지정여부를 심사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개최된다.

200만 건설노동자를 대표하는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건설산업연맹)은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에 대하여 강력히 반대한다.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건설근로자 복지제도 확충과 건설기능훈련예산 확보가 불가능해진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따라 과도한 사업예산 절감 및 인원 최소화, 단기적 수익성 위주 사업실시 등이 이뤄져 중장기적 예산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건설노동자 자녀 학자금 지원, 주거비 지원 등 건설노동자 복지제도 확충이나 노동조합 건설기능학교 훈련비 지원 등의 건설기능훈련예산 확보가 어려워진다.

둘째, 더 이상의 공제부금 현실화가 어려워진다.

현재 공제부금은 건설일용근로자가 하루 일할 때마다 4천원씩 적립되는 데 1년에 최대한으로 250일 정도 일한다하더라도 퇴직공제금이 1년에 100만원 30년에 3천만원에 그친다. 일반 제조업 노동자가 30년 이상 일하고 퇴직금으로 받는 돈이 1억 이상 되는 데 그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건설산업연맹은 단기적으로 1일 1만원, 중장기적으로 하루 일당기준 1/12의 금액으로 현실화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공제부금 현실화에 대한 사업주단체들의 강력한 반대로 당분간 더 이상의 공제부금 인상이 어려워진다.

셋째, 건설노동자가 건설근로자공제회 운영주체가 될 수 없게 된다.

군인공제회,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공제기관의 운영위원회나 이사회의 구성을 보더라도 공제회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군인과 교직원의 대표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이 되면 임원과 이사 등이 정치권의 낙하산인사로 채워져 건설노동자들이 건설근로자공제회 운영의 주체가 될 수 없게 된다. 건설노동자들의 돈인 퇴직공제금은 실제 주인인 건설노동자들의 대표들이 관리감독하는 게 마땅하고 세간의 상식이다.

건설노동자가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주체가 될 때까지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80~90년대 건설노동자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전무한 복지제도로 근로기준법 혜택도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는 심각한 고용 및 생활불안에 처해 있었다. 그렇지만 전국건설일용노동조합협의회(전일노협)을 중심으로 한 건설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으로 건설일용근로자에게 퇴직공제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그에 따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만들어졌다.

현재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건설일용노동자들이 만 60세가 되거나 건설업을 그만 둘 때 지급되는 퇴직공제금을 관리하는 역할이외에 자녀학자금, 결혼 및 출산 보조금 등의 건설근로자 복지지원사업과 건설근로자 생활자금 대부사업, 건설기능훈련사업 등 건설일용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향상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위상이 강화되었다.

현재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는 공제조합 및 사업주 단체의 대표들과 관계기관 공무원들의 참여만 보장되어 있고 건설근로자 대표들의 참여는 배제되어 있다. 최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무분별한 투자로 건설근로자들의 퇴직공제금 1천억원을 날렸다는 사실이 밝혀져 공제회의 부실하고 무책임한 운영실태가 세상에 들어났다. 이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안이 발생한 것은 건설근로자공제회 의결기구에서 건설근로자 대표가 배제되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공공성 및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땅히 우리 건설노동자들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운영주체가 되어야 한다. 건설노동자가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주체가 되는 그 날까지 5만 건설산업연맹 조합원과 200만 건설노동자들은 강력한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함을 천명한다.


2011년 1월 14일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