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건설노조 부울경지부 “악덕배전업체들이 파업 강요하고 있어”

전국건설노조 부울경지부와 단체교섭 중인 20여개 배전단가업체들이 제시한 '사용자제안사항'. 노조는 이를 '노예문서'로 규정했다.ⓒ 전국건설노조 부울경지부

배전단가업체가 제시한 '사용자 제안사항'. 노조는 이같은 배전단가업체의 제안에 “법정근로수당 요구말라, 시키면 모든일 다하라, 작업 중 사고는 조합원에게 전가하겠다는 등 2009년 대한민국의 산업현장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국건설노조 부울경지부

전국건설노조 부울경지부 전기분과 소속 전기원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조건을 개선하기위해 지난 2월부터 단체교섭에 들어갔지만 사용자 측인 배전단가업체들이 7-80년대 수준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제시해 말썽을 빚고 있다. 건설노조는 이를 ‘노예문서’로 규정하고, “악덕배전업체들이 파업을 강요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배전단가업체들 근로기준법 무시한채 단협안 내놔.. “노예문서 수준”

23일 부울경지부에 따르면 최근 9차교섭에서 사측이 노조측에 제시한 안은 가히 ‘노예문서’라 불리울만한 수준. 한국전력공사 부산본부의 협력회사들로 이루어진 부산•양산•김해 배전단가업체들은 ‘사용자 제안사항’이라는 문서를 통해 건설노조 부울경지부 전기분과에 총 5조 17개 항의 제안사항을 내놨다.

이 제안서를 들여다보면 근로기준법 기준도 지키지 않은데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까지 언급되어 있어 비난을 샀다.

“업무특성상 야간근로계획이 수립될 경우 주간근무를 야간근무로 대체하고 추가적인 수당은 요구하지 아니한다.”

“조합원은 작업과 동시에 화재, 화상 및 담배를 피우는 과정의 행동 등 2차 파급으로 인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금연해야 하며 이를 위반 시 1차 경고, 2차 감봉, 3차 해고에 대한 징계를 한다.

“조합원은 작업 10시간 전부터 금주하여 작업시간 전에는 음주측정수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조합원의 과실, 사용법 미숙지, 부주의 등으로 인해 발생한 공구, 작업자재의 손망실, 재산손괴 등이 발생하면 조합원은 실비로 손해배상 한다.”

노조는 이 같은 배전단가업체들의 제안에 “그야말로 법을 무시하고, 노예로 살기를 강요하는 내용”이라며 “법정근로수당 요구 말라, 시키면 모든 일을 다하라, 작업 중 사고도 조합원에게 전가하겠다는 등 2009년 대한민국의 산업현장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 근로기준법 3조(근로조건의 기준)에는 최저기준을 명시해 근로관계 당사자가 마음대로 조건을 낮출 수 없게 되어 있는데다 15조에는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 해당 근로계약은 무효라고 밝히고 있다. 즉 배전단가업체들이 내어놓은 제안은 근로기준법과 노조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건설노조의 지적이다.

또한 사용자 측의 제안대로면 대형사고 가능성이 높은 전기 배전작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태 책임을 조합원들이 책임져야 해 전기원노동자들이 시시각각 불안에 떨며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노조는 “징계나 해고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둥,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업체끼리 공유하겠다는 둥 사용자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약자인 전기원노동자들을 우려먹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건설노조는 배전단가업체들의 교섭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노조측에 의하면 5차에서 9차까지 총 4차례 동안 단체교섭을 진행해오는 동안 사용자측이 교섭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파업을 전제로 필수유지업무 인원부터 합의를 요구하는 일이 몇 번이나 벌어지는 등 사용자 측이 교섭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4월 16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1차 사전조정에서 ‘사용자 제안사항’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철회를 권고했지만, 당시 배전단가업체들은 이마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원노동자들 “법에 맞게 안전하게 일하게 해달라는 것 뿐인데..”

이에 반해 정작 건설노조가 맺으려는 단협 내용은 다른 현장과 비교해 아주 평범한 수준. 노조가 제시한 <2009년 임금 및 단체협상안>에는 ‘하루 8시간 주 44시간 근무 등 근로기준법 준수’와 ‘타지역과 형평성 있게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 ‘안전수칙을 지키며 작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등의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결국 건설노조 전기분과는 지난달 1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참석조합원 99%(재적조합원 70%)가 파업에 찬성하며 ‘이대로는 못 참겠다’는 분노를 드러냈다. 노조는 오는 24일 쟁의조정기간까지 배전단가업체들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고수한다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성실한 대화를 통해 노사상생의 길로 갈 건지 파국의 길로 갈 건지는 사용자측에 공이 넘어갔다”며 “더이 상 전기원노동자들을 우롱하는 행위와 노조자극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배전단가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냥 협상용으로 안을 낸 것일 뿐 관철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부산•양산•김해 배전단가업체들은 지난 4월 초에도 단체교섭 도중 부산지역 모 일간지에 ‘이제 억압과 착취의 시절은 끝난 지 오래입니다’ 라는 취지의 광고를 노조의 반발을 사는 등 물의를 일으킨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