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산업재해 사고에 대해 반인권적 태도로 접근하는 필리핀 대사와 한진중공업은 즉각 사과하라!

2월 9일자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작년 12월 23일자로 주 필리핀 최중경대사가, 필리핀 상원의 한진 중공업내에서 발생한 산재사고에 대한 조사는 “(양국관계에) 지속적이고 부정적인 여파를 낳을 수 있다”며 사실상 한진중공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는 요지의 편지를 필리핀 상원의장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수십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음에도 이를 방치한 한진중공업에 대한 필리핀 의회의 조사를 한국대사관이 나서서 무마하려는 것으로 한국정부가 앞장서서 한진중공업의 인권침해를 부추기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만에 조선소를 건설하면서 노조를 만들려는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많은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사고를 당하면서 한진중공업 문제는 필리핀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이다. 필리핀 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이후 한진중공업의 작업장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의 숫자는 17명에 이르며 민간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40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당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는 한진중공업이야 말로 양국의 관계에서 지속적이고 부정적인 여파를 낳게 되는 원인이다. 한진중공업이 이에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의회까지 나서서 조사를 벌일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 현지 대사관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많은 필리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필리핀에서의 한국 및 한국기업의 이미지 실추와 이에 따른 손해에 대해 과연 현지 대사관은 어떤 조치를 취해왔는가?

필리핀의 법적 절차에 따라 자국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작업장 내에서 산업재해를 당하고 있는 것을 조사하겠다는 의회에 대해 외국의 대사가 이러한 편지를 보낸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지속적이고 부정적인 여파를 낳을 수 있다”라는 표현을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서 일국의 대사가 사용할 수 있다는 자체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한진중공업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기업에서 필리핀 노동자들은 한국기업의 노조탄압 및 노동인권침해로 고통 받고 있다. 현지 대사관에 몇 차례에 걸쳐서 한국기업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대사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호소해왔음에도 한국 대사관은 자신들의 임무는 (필리핀)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기업인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를 외면해왔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문제는 필리핀 현지의 법과 제도에 의해 풀어가야 하며 이에 대해 대사관이 나서는 것은 주권침해라고 답하였다.

OECD회원국으로서,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국제적으로도 이미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필리핀 한국기업에서의 노동탄압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호소해온 한국 시민사회에 대해서는 주권침해 운운하더니 의회의 정당한 조사에 주재국 대사가 편지를 보내서 협박하는 것이야말로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닌지 묻고 싶다. 노동자들이 죽어가던 말던 조사조차 하지 말고 놔두라는 한국정부와 기업에 대해 필리핀 민중들이 느끼게 될 분노와 혐오감이야 말로 한국과 필리핀간의 관계를 악화시킬 심각한 요인이라는 상식적인 판단조차 내리지 못하는 게 우리 외교의 수준인가?

한국 시민사회는 용산에서 건설자본의 이윤을 위해 철거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이 정권이 필리핀에서마저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이를 은폐하려고 하는 것에서 국제사회의 상식과 인권기준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진정으로 친구가 되는 한국과 필리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와 한국기업은 지금부터라도 고통 받는 한국기업의 필리핀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첫째, 최중경 대사와 필리핀 대사관은 즉각 필리핀 의회와 필리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필리핀 진출 한국기업이 노동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적극 나서라

둘째, 한진중공업은 노동인권기준을 준수하고 피해자에 대해 응분의 보상을 다해야 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

셋째, 외교통상부는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노동인권기준 준수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책임임을 인식하고 적극 이 문제에 대처하라
2009년 2월 10일
경계를넘어/광주인권운동센터/구속노동자후원회/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다산인권센터/다함께/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성동복지센터/이주인권연대/아시아의친구들/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오산이주노동자센터/오산다솜교회/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팔레스타인평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