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단 “ILO 권고 지키지 않는다면 OECD 감시대상국 재지정해서라도 압박 가할 것”


△23일 민주노총을 방문한 국제노동조합 조사단(왼쪽부터 사토 사무총장, 베네딕트 노조권리실장, 피터 캠페인국장, 슈나이더 정책위원) 사진=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은 23일 오후3시30분 ‘비정규직 권리 탄압’과 ‘ILO 권고 이행실태’ 파악을 위해 내한한 국제노동조합 조사단과 간담회를 갖고 노동탄압 실태와 이에 따른 한국 정부에 대한 ILO 권고 이행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노총 임성규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국 민중들을 탄압하고 있고 ILO 권고 사항을 아직까지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조사단 방문이 끝이 아니라 6월 OECD각료회의, ILO총회 때 이번 조사가 한국정부에 압력이 가해져 권고이행을 할 수 있도록 대표단에 전달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제노총(ITUC) 스티브 베네딕트(Stephen Benedict) 노동조합권리실장은 “오래된 문제인 한국 노동기본권 이행을 놓고 마지막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고위급 방문을 추진했지만 성사가 안됐다”며 “한국 노동부장관의 태도와 행동이 문제가 된 만큼 한국 노동문제 이슈를 전략적이고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쟁 연대가 당장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우리들도 내부적으로 토론하게 됐다”면서 “정치적 관점에서 한국 노동기본권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번 방문에 의미가 있는 만큼 민주노총도 함께 고민해 달라”고 덧붙였다.

남택규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한국 노동기본권 문제는 멀리 갈 필요가 없다. 2007~8년 두 번이나 감옥에 갔다 왔다”면서 “한국 노동자들은 더 이상 정부와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사활이 걸린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금속노련(IMF) 크리스틴 피터(Kristyne Peter) 캠페인국장은 “국제금속노련은 비정규직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에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증가했는지 이번 실태조사가 ILO 비정규직 권고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면서 “ILO 권고가 두 개라면 최소한 한 개는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지만 그렇게 안 된다면 OECD 감시대상국을 재지정해서라도 압박을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종수 비대위원은 “국제노동단체에서 입장 발표 말고 행동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고, 국제공공노련(PSI) 가츄히코 사토(Katsuhiko Sato) 아태지역 사무총장은 “한국내 노사정 관련한 민주노총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도 오갔다.

이날 간담회와 한국노동권 실태브리핑 및 환영만찬 행사를 마친 국제노동조합 조사단은 24일 경총 면담(이동응 전무)을 필두로 △서울구치소 이석행 전위원장 면회 △과천 노동부 면담(이성기 국제협력관실 국장) △국회 민주당 면담(노항래 노동전문위원) 등 행사를 소화하게 된다.



◇ 실태브리핑, 무슨 말 오갔나?

민주노총 정책실(김태현 정책실장)과 건설연맹, 현대차 아산지회 등 비정규직노조 등은 간담회에 이어진 ‘한국 노동기본권 실태에 관한 브리핑’ 행사를 통해 국제노동조합 조사단에게 실태를 알렸다.


△국제노동조합방문단 ‘한국노동기본권 실태보고’ 브리핑 행사 모습. 사진=노동과세계

민주노총 이상훈 정책부장은 ‘실태보고서’에 담긴 △특수고용, 사내하청 등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탄압 △구속, 수배와 업무방해죄 등 기본권 행사에 대한 탄압 △필수유지업무와 단체교섭권 등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노동3권 제한 △근로기준법, 노조법, 최저임금법 등 현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악 등에 관한 실태를 전달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파업조차도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몰려 업무방해와 형사처벌로 일관되고 있다”면서 “평화적인 파업이 보장된다면 충돌은 없을 것인데 사측이 업무방해로 탄압하고 충돌이 일어나면 공권력이 투입돼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건설연맹 오희대 교육선전국장은 “화물연대와 덤프연대의 조직과 투쟁이 비약 발전하면서 탄압강도가 세져 5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법처리 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국제 ILO 제소를 준비하고 있어 국제노동조합에서 향후 있을 OECD각료회의에 실상이 폭로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기아차 ‘모닝’ 생산업체 동희오토 비정규 사내하청 해고노동자인 이청우 조합원은 “정당한 노조활동을 문제 삼아 아예 회사폐업을 강행해 공식적으로도 100여명이나 해고됐다”면서 “작년 12개 하청업체에서 16개로 늘리고 이제는 20개로 늘리는 구상까지 하면서 노동자들을 쪼개려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역시 해고된 현대차 아산지회 김준규 사무장은 “근로자지위 승소판결을 통해 불법파견이 확인됐지만 고등법원에 3년여 동안 계류돼 있으면서 재판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며 “단체교섭도 2003년 이후로 하청업체가 결정한 적이 없는 데다 비일상적인 휴일근로를 거부했다고 해서 출입금지 가처분 업무방해를 받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외에도 공공운수연맹 이지환 국장은 “한국 필수유지업무제도가 파업권에 대한 제한조치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주노조 한 활동가는 “노동조합이 2005년에 설립됐지만 위원장, 부위원장, 사무국장이 모두 추방돼 공석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노동조합 조사단들은 브리핑을 듣고 △업무방해 정도와 손해배상 액수 현황 △노동위원회 운영 현황 △동희오토 이주노동자들의 법적 지위 여부 △금속노조와 비정규직지회노조와의 관계 △복수노조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