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합격자 급증…건설노조, 정부에 수급조절 대책 요구

타워크레인 조종사로 일한 지 15년 된 박봉호(56)씨는 3개월째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대기실업 상태다. 3개월 동안 수입이 없어 힘든 상황인 데다 최근 들려오는 건설사들의 위기소식을 들으면 외환위기 때가 떠올라 걱정이 앞선다. 박씨는 “일을 하지 않다 보니 괜히 멀쩡하던 몸까지 아픈 것 같다”며 “빨리 경기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건설현장의 공사가 잇따라 중단되고, 신규 현장도 공사를 시작하지 않으면서 ‘일자리 부족 사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우려가 높다.


지난 3일 저녁 용산 철도웨딩홀에서 열린 건설노조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총회에는 3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했다. 내년에 고용불안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다.

◇늘어나는 대기실업자=4일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지부장 박상표)에 따르면 조합원 250여명 가운데 약 40%가 대기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원청 건설사들이 경기침체로 공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잇따라 계약을 파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초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박상표 지부장은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 꼭 있어야 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그동안 노동자들은 자부심을 갖고 일을 했다”며 “요즘 실업 상태가 길어지면서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다”고 못 박았다.

광주전라타워크레인지부의 경우 최근 광주 3곳, 목포 1곳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지부 조합원 180여명 중 40여명이 대기실업 상태다. 조합원 350여명 가운데 50~60명이 대기 중이라는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의 이용석 지부장은 “이달 안에 대기실업자가 100명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의 아비규환 상태”라고 우려햇다.

◇정부, 수급조절 정책 펴야=건설현장의 공사가 중단되면서 대기실업자가 점차 늘어나는 와중에도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조종사 합격자는 지난 2006년 140명을 시작으로 지난해 323명, 올해 679명이 배출됐다. 총 1천142명에 이른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타워크레인 안전교육을 이수한 조종사는 이달 현재 3천516명.

기존 이수자에 신규 합격자를 더하면 4천658명이다. 박종국 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연간 국내 타워크레인의 평균 가동률이 2천700여대에 머물고 있다”며 “노동부가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대거 배출해 실업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펌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