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11시50분. 서울 중구 회현동 ㅅ건설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옆을 지나던 손아무개(53)씨가 철제빔에 맞아 숨졌다. 타워크레인에 의해 옮겨지던 철제빔이 인도에 떨어진 것이다. 철제빔의 무게는 약 2톤. 당시 건설현장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윗부분을 고정하던 쇠줄이 끊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11일 현재까지 아직 쇠줄이 끊어진 것인지, 기계 오작동으로 자재와 연결된 쇠줄이 늘어진 것인지 정확한 사고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잇따라 발생하는 안전사고

하루가 멀다하고 타워크레인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경남 창원의 한 타워크레인 생산 공장에서 크레인이 중심을 잃고 넘어져 크레인 위에서 작업 중이던 강아무개(40)씨가 추락해 숨졌다.

타워크레인 사고와 관련한 정부 통계는 없다. 건설노조는 약 2주에 1번꼴로 타워크레인 관련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사고가 위험한 이유는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달 회현동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은 다름 아닌 버스정류장이었다. 사고 당시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더 많았다면 희생자가 늘어날 수도 있었다. 이용석 건설노조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지부장은 “언젠가부터 공사현장 옆을 지나갈 땐 위를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며 “일반시민들도 안전장치가 허술한 단독주택공사현장을 지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다수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2003년 9월 태풍 매미를 잊지 못한다. 당시 매미가 동남부 지방을 강타하면서 50~60대의 타워크레인이 인근 도로와 주택가로 쓰러졌다.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당시 쓰러진 타워 장비들의 90%가 와이어 지지고정 방식 타워크레인이었다"고 전했다. 건물과 건물 중간에 타워크레인을 세우고 와이어로 타워크레인을 묶어 균형을 잡는 방식이다.


경기도 양주시 고읍지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세워진 타워크레인. 와이어로 고정돼 있다. 수도권 외곽지역과 지방을 중심으로 여전히 와이어 지지방식을 쓰고 있다.

비용절감에 안전은 뒷전

예전에 비해 와이어 지지방식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지역과 지방을 중심으로 여전히 와이어 지지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왜 와이어 지지방식을 선호할까.


벽체지지 고정방식.

아파트 건물 5동을 세운다고 치자. 타워크레인 건물 외벽에 고정하는 ‘벽체지지 고정방식’을 이용할 경우 1대의 타워가 지을 수 있는 건물은 2~3개동이다. 그러나 건물 사이에 와이어로 타워크레인을 지지하면 360도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작업반경이 넓어진다. 타워크레인 장비 1대로 여러 동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안전이다. 타워크레인을 지지하는 와이어는 시간이 지나면 느슨해진다. 하지만 보통 한번 설치한 와이어는 공사기간 내내 사용된다.

영세업체가 난립해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500여개의 타워크레인 임대회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자사 장비를 한 대도 보유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여러 업체가 출혈경쟁을 하면서 임대가격을 낮추다 보니 동남아시아에서 노후장비를 수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을 세우기 전에 말끔하게 페인트칠을 하는 것은 이제 관례가 됐다.

노동자 죽어도 사업주는 벌금형

지난해 6월 하이닉스 청주공장 신축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작업 중이던 중국동포 유아무개(34)씨가 숨지고, 조아무개(42)씨 등 4명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는 타워크레인 설치작업의 기초적인 공정인 구조물 이음새 연결공정을 생략해 발생했다.

그런데 지난달 13일 청주지법(형사1단독 김형진 판사)은 타워크레인 설치규정을 어긴 채 작업을 강행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ㅅ업체 이사 이아무개(52)씨에게 벌금 700만원, ㅅ업체 법인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무려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사업주는 벌금만 내고 만 것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현장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타워크레인 건설기계 등록실적 저조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는 지난해 두 달에 걸친 파업을 통해 타워크레인을 건설기계로 등록하는 내용의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을 이끌어 냈다. 난립된 업체를 정리하고 그동안 무등록 장비였던 타워크레인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요구한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고만 하면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 2월부터 임대사업자들은 시·도지사에 건설기계 등록과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다만 기존 사업자가 등록기준에 적합한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2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 때문에 건설기계로 등록된 타워크레인은 올해 9월 현재 32대에 불과하다.

노조는 또 타워크레인의 관리·검사체계 일원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국토해양부는 지난 7월 (주)대한산업안전협회·(주)한국산업안전·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 등 4개 업체를 검사대행업체로 지정했다. 이들 업체는 타워크레인의 신규등록검사·정기검사·구조변경검사 등을 담당한다.

[펌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