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끝자락의 추위를 안고 들어섰던 감옥생활도 익숙해진 4월 창밖의 풍경도 두달이 지난 지금 완연히 바뀌었습니다.
쇠창살 밖으로 보이는 회색 및 공원도 벚꽃으로 뒤덮인 하이얀 꽃길로 변하는가 싶더니 어느쯤인가 사라지고 따뜻한 햇살속에 하니문카가 하늘에 반쯤 걸친 채 돌아가고 있습니다.
8명 때론 9명이 갖가지 죄목으로 갇혀있는 두평반 남짓한 감옥에서 바라보이는 바깥풍경의 전부입니다.

동지들!!
이틀전 4월 16일 노동조합 인정과 토요격주 휴무 등 노동자의 기본적 요구도 못되는 단체협약을 거부하는 사용자들과 맞서 투쟁하다가 산화하신 정해진 열사의 “우리 파업 정당하다 유해성을 구속하라”라는 외침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한데 그 투쟁을 지원, 엄호했는 이유로 징역 5년을 구형받았습니다.
지난 1월 40명의 건설노동자들을 한구덩이에 몰아넣고 불속에서 죽게 만든 책임은 힘없는 현장책임자 3명의 구속으로 끝나버리고 일한 노임을 약속한 날에 받으러 가면 때려죽이는 현장. 1년에 사망 700여명 하루에 2명꼴로 죽어나가도 눈하나 까딱하지 않는 건설자본들. “섬김의 정부”라고 스스로를 자칭하는 상위 10% 자본가·수구보수 기득권층 만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충실한 시녀가 되겠다고 선언 하는 것 같았습니다.
법은 노·사관계를 푸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신중하게 적용할 일이고, 중요한 것은 균형잡힌 노동정책이라고 보며 굳이 법을 따지자면 노·사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며 사쪽의 불법행위에는 눈을 감고 항의하는 노동자에게만 법을 들이댄다면 그 법은 생명을 잃은 법이고 우리는 법을 뛰어넘는 투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지들!!
세상은 혼자 또는 한 부류만이 사는게 아니라고 합니다.
부자와 가난한자, 배운자와 못배운자, 힘센자와 약한자 모두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1등과 꼴찌는 등수매김일뿐 등수대로 살아가란 법도 없습니다. 잘난사람 못난사람 모두 어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갖는 권리 또한 똑같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진자들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가난한자, 못배운자, 약한자 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려고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
노예와도 같은 굴종의 삶을 강요하고 더 많은 생산을 요구하며 더 많은 이윤을 차지하려고 발광을 하고 있습니다.

동지들!!
평등세상은 균형잡힌 노동정책이 실현되고 분배의 원칙이 지켜지는 그런 세상이 평등세상이라고 보며 우리가 단결할 때 어렵지 않게 우리곁으로 다가 올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믿고 싶습니다.
선한일을 하는자는 하늘이 복으로 갚고, 악한 일을 하는 자는 하늘이 재앙으로 갚는다는 진리의 가르침을...
이제 5월 7일 선고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구속한건 이승에서 잠깐 빌린 몸뚱이일뿐 내 마음과 생각은 구속당하지 않았습니다.
동지들과 막걸리 한잔씩 들이키며 자랑스런 건설노동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습니다.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으며 신명나는 일터로 만드는 투쟁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 투쟁으로 동지들의 웃는 얼굴과 후배들의 희망에 찬 얼굴들을 보고 싶습니다.
감옥의 쇠창살이 날아가도록 소리치며 투쟁하고 나갈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동지들 그동안 건강하십시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서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2008. 4. 18
인천구치소에서
건설노동자 김 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