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세계 특별인터뷰] e사람 윤갑인재/플랜트노조 위원장

△플랜트 단일노조 설립 취지와 내용에 대해
=플랜트 단일노조는 건설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전국 건설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노동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건설현장에서는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수 십 가지 직종에서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큰 틀에서만도 비계·배관·제관·용접·기계·전기·보온·도장·토목 등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많은 직종이 있다.
같은 현장에서도 어떤 직종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조직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서 임단협을 체결하고 8시간 노동조건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성과물들을 만들어냈다. 이로 인해 과거에 비해서 일정정도 나아진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특히 토목 직종의 경우 아직까지도 일제시대와 거의 흡사한 열악하기 그지없는 노동환경 속에서 현장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임단협이 체결되지 않은 울산·충남지역, 원자력·수력·화력발전소, 조선소,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비롯한 많은 현장들이 아직도 매우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제시대와 똑같이 새벽밥 먹고 출근해서 밤 시간이 되면 별을 보고 퇴근하는 실정이다. 평균 작업시간이 9시간 반 내지 10시간에 달한다.
지난 수년간의 투쟁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제 지역을 넘어 전국적 차원의 조직을 건설하고 노동자들이 하나된 몸과 마음으로 투쟁하고 승리하는 것만이 건설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건설노동자들이 긍지와 자부심, 또 스스로의 자각을 가지고 뭉쳐 건설한 전국 단일노조를 통해 건설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도록 만들고 전국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동일한 근로조건을 만들어 낼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번 플랜트단일노조 건설의 근본적 취지다.

△울산·충남지역 임단협 투쟁 계획을 비롯한 임단협 문제에 대해
=울산지역은 2005년과 2006년 2년에 걸쳐 파업 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실제 울산 건설현장의 근로조건은 여수 화학 공장 현장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그만큼 열악하고 좋지 않다.
울산은 대한민국 최대 공단지역이다. 울산을 최대의 공업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동하며 희생해온 건설노동자들이 여수 등 타 지역과 비교해 이렇게 열악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낼 것이다. 먼저 1차로 울산 시민들에게 35만부 정도의 선전물을 배포해 홍보할 방침이다.
그리고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섭에 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처럼 교섭을 해태한다면 언론을 통해 교섭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알려내고 그에 따른 강도 높은 투쟁을 준비해서 맹렬히 전개해 나갈 것이다.
또 석유화학, 제철, 화력발전 등 플랜트 산업 설비 대부분의 분야가 망라돼 있는 충남지역의 경우 현재 발주, 원청, 전문건설업체들에 대한 현황 파악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울산을 비롯한 포항, 광양, 여수 등 전국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이 연대해 투쟁하는 모범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 산별연맹·전국건설노조와의 관계 정립에 대해
=일단 플랜트 단일노조 완성이 1차 목표다. 2차는 전국건설 산별노조 건설을 위해 전국단일노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의 조직화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대한 충분한 교육과 홍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조합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낼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전국건설 산별노조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2008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플랜트단일노조 실제 조합비 납부율과 이번 단일노조결성에서 빠진 여수플랜트는?
=우선 건설현장은 일반 제조업 사업장과 달리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조합비 수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일거리 상황과 공사 유무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일반적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현재 원천징수되는 포항과 전남동부·경남서부지역의 경우 3,000명 정도이며, CMS 출금되고 있는 울산과 충남 경우 1,000명 정도 수준이다. 모두 합쳐 현재 4,000명 정도 수준이나 이후 지속적인 조직 확대와 조직안정화를 통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수지역건설노동조합은 그 시작부터 우리와 별개가 아닌 하나였다. 또 지난 2002년 여수파업 이후 지속적으로 현장을 바꾸고 건설노동자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투쟁을 함께 진행해 왔다. 따라서 비록 지금은 단일노조라는 한배를 타지 못했지만 끝까지 함께 할 동지요 형제라고 믿는다. 특히 현재 여수지역 건설노동조합 집행부는 어려운 시기 노동조합을 승리로 이끌어 온 집행부이기에 그 믿음도 남다르다.
여수지역 건설노동조합 현 집행부 임기가 2008년 12월말까지다. 그 사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을 것이다. 또 올해 임금협상이 끝나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같이 한배를 탈 것으로 믿는다. 더불어 여수 위원장님도 각종 연대 집회에서 플랜트 단일노조에 같이 합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대외적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전국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에게 8시간 노동과 공휴일에 쉬면서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건설노동자도 인간이다. 정부와 건설업체들도 건설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노동자가 투쟁하고 파업해서 양쪽 모두 피해를 보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계각층에서 노력해주었으면 좋겠다. 또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생활고와 구속, 수배로 인한 온갖 고통을 이겨가며 인내해준 가족들에게 지면을 통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 앞으로 전국플랜트 건설노동조합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가족들이 겪게 될 고충을 잘 알고 있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전한다.
저는 노동운동은 잘 모른다. 하지만 노동운동도 사람이 하는 것이니 만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남는 사람이 부족한 사람을 채워주는 것이 노동운동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건설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천대와 멸시의 대상일 뿐 아니라,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조합원들 중에는 심지어 “우리가 무슨 비정규직이냐, 우리는 비정규직도 아니고 노가다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 안타깝고 한스러운 지난 세월에 대한 반향이 아닐까 싶다.
지금 민주노총 차원에서 비정규직 권리보호를 이야기하고 투쟁도 진행하고 있다. 저는 민주노총 내에 비정규직 목소리가 더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설노동자들의 어렵고 힘든 현장생활, 건설노동자로서 겪는 인간이하의 고통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며 투쟁할 수 있는 민주노총이 돼야 한다. 모든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든든한 울타리로서 민주노총이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인터뷰=홍미리 기자

윤갑인재 플랜트노조 위원장 약력
=1962년 전남 장흥 출생/1985년 건설현장에서 전기직종으로 출발해 18년간 배관 조공, 배관사, 배관반장으로 노동/2002년 전남동부지역 건설노조 건설하고 초대위원장 역임/2004년 전남동부·경남서부지역 건설노조 결성하고 위원장 역임/2007년 8월5일 전국 플랜트 건설노동조합 창립발기인대회서 위원장으로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