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상경하는 남편 베낭을 챙기며...

아침에 집회하러 나갔던 남편이 갑자기 일찍 들어 왔습니다.
오늘 집회가 일찍 끝난거 같아 기뻐했던 마음도 잠시... 남편의 말에 정신없이 투쟁가방을 쌉니다. 오늘은 서울가서 상경 투쟁을 한답니다.
언제 올지 모르니 잘 지내고 있으라는 말에 마음이 울컥 합니다.

남편과 결혼한지 만 11년이 되어 갑니다.
총각때부터 타워크레인기사 였던 남편은 자신의 일을 사랑합니다.
한평 남짓한 조종실에서 대소변 다 해결하며 하루종일 아래만 처다보며 일하는 것이 뭐그리 좋겠습니까??
그래도 항상 자신의 일이 건설 현장에 꽃이라며 가족들 앞에서 떳떳한 가장이었습니다.
우리 딸은 4살때부터 길을 가다가도 타워크레인이 서 있으면 "저기 타워크레인 돌아간다" 하며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곤 했습니다.
언제나 자신의 일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던 아빠가 딸을 안고 설명해 주던 그 크레인이 거기에 있으니 넘 좋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던 아빠의 직업인데 TV에서 타워크레인 사고가 이틀이 멀다 하고 들리고 타워전복으로 사망사고가 나고 다 찌그러진 타워가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았을때 이제 겨우 3학년인 딸 아이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엄마인 저도 뭐라 설명할 수가 없더군요.
우리 가족은 아빠가 많은 돈을 벌기를 바란적이 없습니다.
우리 가족이 바라는 것은 아빠가 좋아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그 일을 안전하게 오래도록 할 수 있길 바랄 뿐 입니다.
우리 가족은 언제나 아빠에 투쟁에 힘을 실어 줍니다.
그것이 아빠가 우리 곁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편이 벌어다 준 월급의 소중함을 압니다.
비록 1년이 멀다하고 3개월씪 실업상태가 되지만 그 또한 이해합니다.
남편과 처음 결혼했을때 남편은 타워에 올라갈때마다 다시 내려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타워를 오른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목슴걸고 일해서 받은 월급이기에 함부로 쓸 수 가 없습니다.
해마다 파업을 지켜보며 항상 안타까웠지만 올해엔 더욱 그렇습니다.
남편이 이번 파업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승리하고 돌아오길 바랍니다.
주44시간 쟁취해서 토요일마다 딸아이가 친구들 여행가는거 쳐다보지만 말고 우리 가족도 즐거운 주말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낡은 타워크레인 타는 남편을 보며 사고날까 혼자 맘 졸이는 일도 없었으면 합니다.

남편이 코핑하는 날이면 출근할때 걱정이 많이 되어서 "당신이 안하면 않돼"하고 만류해 보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본인 실수가 아니어도 타워 아래 작업자라도 다친 날이면 밤잠을 설치던 남편 ....
이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 남편을 출근 시키고 싶습니다.

파업 한 달을 지켜보며 남편보다 더 자주 들렀던 노조 게시판에 용기내서 이 글을 올리는 것은 사랑하는 내 남편과 조합원들에게 더 힘내시고 용기를 내시어 좋은 결과 얻는 날까지 힘을 잃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댁에 계시는 아내분이나 자녀분 부모님들 또한 저와 모두 같은 생각 일것입니다.

우리 남편 말대로 총파업 승리의 깃발 휘날리는 그날까지 투쟁입니다.

최강 대전충청강원지부 조합원의 아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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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에도 응원의 메시지는 계속됩니다.


저는 지극히 평범한 아내이며, 두아이의 엄마이며, 또한 직장인입니다.
처음 남편의 일에 대해 제가 하는일과 다르다는 것뿐 정확히 알지도 못했으며, 아니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게 더 맞을것 같습니다.
그러던 제 마음이 남편이 일하는 현장을 처음 찾아가서 열악한 환경을 본 후부터는 바뀌게 되었습니다.
더운여름이나, 추운겨울에나 안전하다고 볼수 없는 사다리에 의지하며 오르내리는 그 모습을 봤을때 맘속으로 많이 아팠던 기억이 나네요.
그후론 전 남편의 일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스스로 홈페이지까지 찾아와 여러가지 상황을 찾아보게 되는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오늘새벽 고공투쟁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듣고 저도 궁금해 여기저기 기사를 스크랩하며 보고 있던중에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여의도라고.. 제 근무처가 여의도고 마침 퇴근시간이라 여의도공원부근으로 나와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깃발과 눈에 익은 복장들을 한 조합원분들이 멀리서 보기에도 하루종일 더위에 지친모습으로 여의도로 향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고 파업기간중 남편에게 가끔은 짜증내고 투정부렸던 제 모습이 생각나면서 남편의 지친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제 얼굴은 순식간에 눈물 범벅이 되었지만 제 눈은 그분들 행렬의 맨 끝자리에 걸려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히 응원했지요.
이렇게 힘들게 투쟁하시는데 그 노력의 결실이 꼭 이루어져
좀더 안전한 환경과 효율적인 근무시간이 준수되어 지금보다 행복하고 나은 삶을 살수 있는 그런날이 오기를 말입니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위에 계신분과 너무나도 같은 마음이기에...
지금 이시간에도 여의도공원 아스팔트위에서 침낭하나에 의지하며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고 있을 제 남편과 다른 타워크레인 조합원들께 작은마음이나마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 이렇게 몇자 적어봅니다.

힘내십시요!!그리고 투쟁의 끝은 승리뿐입니다. 그 승리를 위해 지금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고 있음을 잊지 마시고 용기내시길 바라며...
이만 줄일까합니다.

경기남부지부의 한 조합원의 아내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