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불평등한 한미관계’
고 신효순, 심미선 5주기 추모제... ‘주한미군 철수’ 요구해

지난 2002년 주한미군 장갑차에 억울하게 희생당한 고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의 5주기 추모촛불행사가 13일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그들이 죽임을 당한지 5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벌어지는 주한미군의 범죄의 문제와 또한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는 불평등한 한미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발언들이 불거져 나왔다.

이날 오후 7시 청계광장에서 모인 시민 500여명은 한손에 촛불을 들고 5년 전 미군 장갑차에 의해 죽임을 당한 두 여중생들을 추모했다. 당시 두 여중생의 죽음으로 일어난 범국민적인 촛불집회는 한미간의 불평등한 협약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을 뿐더러 불평등 협약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인식을 확산하는 과정이 되었다. 13일 진행된 촛불문화제는 당시 촛불집회를 주최했던 단체를 주축으로 79개의 시민단체가 함께했다.

그러한 사건이 있은지 5년 후, 과연 불평등한 협약은 개선이 되었을까. 이날 집회에 모인 사람들은 이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만도 동두천 미군 미용실 방화사건, 여경 성폭행 미수 사건 등 미군이 저지른 범죄를 한국에서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못하고 석방한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었다.

‘미군이 한국에 있는 것 자체가 불법’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동두천 미군 미용실 방화사건 피해자 최강성씨는 답답하다고 말한다. 그는 “경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은채 미군에 넘긴지 3주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사건은 오리무중”이라며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조사조차 할 수 없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불평등한 SOFA법으로 인해 한국경찰이 미군에 초동수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양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도 정신적 고통과 울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이러한 일이 생기는 이유를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공동준비위원장은 주한미군의 존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왜 미군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한 뒤 “주한미군 자체가 범죄이자 불법이기 때문에 미군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관복 효순.미선 촛불 자주평화사업회 상임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전쟁이 필요 없고, 전쟁을 해서도 안되는 나라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것. 그는 “주한미군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 하루 평균 5~6건씩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우리를 얼마나 멍청하게 여기면 이런 짓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미선이와 효순이를 추모하는 편지에도 이러한 마음이 담겨졌다. 편지에는 “두 동생을 떠난지 5년이 지났다. 어린 동생을 잃은 마음은 뜨거운 눈으로 증오와 외침을 부르짖게 만들었다”며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 작아진 마음, 그리고 한을 풀어주지 못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남아있다.”며 앞으로 “미국 앞에 당당한 나라를 만들어 두 동생 앞에 당당히 서고 싶다.”고 끝을 맺었다.

반환미군기지의 심각한 오염, 끓어오르는 분노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지속적으로 투쟁해온 녹색연합과 평택범대위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1일 반환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과 또한 평택으로의 기지이전의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꼬집었다.

먼저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반환미군기지가 14일 관뚜껑을 열고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국민들 앞에서는 별로 오염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는 거짓말임이 드러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오는 14일에는 국회 환노위에서 반환미군기지 청문회를 위해 반환된 미군기지 답사가 있을 예정이다.

또한 김종일 평택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평택 미군기지 부지에 금개구리가 나타나 기지이전이 지연되고 있다는 12일 보도 관련 “이전기지의 건설 일정을 위해 마을을 산산조각 냈음에도 금개구리를 보호하기 위해 공사를 지연한다는 국방부의 언사는 그들이 평택주민을 얼마나 하찮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반증한다.”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정신이 나간 정부를 좌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그는 “투쟁을 통해서만 이러한 정부와 미군을 막을 수 있다.”며 종속적인 한미 동맹을 타파할 것을 시민들에게 독려했다.

'아이들에게 불평등한 한미관계 주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문화제에 참여한 대학 새내기 김미선씨는 “중학교 때 사건을 접하고 광화문 촛불집회에 자주 참여했다.”며 “5년이 지난 지금, 만난적은 없지만 함께 학교를 다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그들의 죽음을 아쉬워 했다.

가족과 함께 촛불문화제를 찾은 이강주씨는 “가족과 나들이를 하다가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아직까지도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까지 넘겨주고 싶지 않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날 문화제에는 미선이 효순이가 장갑차에 치이는 장면을 묘사한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또한 ‘효순이, 미선이의 한을 풀자’라는 문구가 적힌 성조기를 불태우는 행사도 있었다. 촛불문화제 참여자들은 애초 청계광장에서 미대사관까지 행진할 예정이었으나 청계광장에서 자진해산했다.

[펌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