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설노동조합연맹

검찰, 사전각본 따라 '노조=조폭'만들어 | 현장과 사람들 2006.09.09 12:19
최재석http://blog.daum.net/32cjs/9702053
검찰, 사전각본 따라 '노조=조폭'만들어
사측도 동의하지 않는 혐의 적용해 무리한 탄압
정웅재 기자

원청건설업체와 단체협약(단협) 체결 후, 단협에 의거 전임비를 받은 경기도건설노동조합 간부들에게 공갈죄를 적용해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이,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각본에 의한 짜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 특수부, 각본에 의한 짜맞추기 수사 드러나

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달 21일 경기도건설노조 간부 3명을 긴급체포해 구속하고,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33개 원청건설업체 109개 현장 관리자를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달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D건설의 이 모 관리부장은 "하루에 두 개 업체씩 불러서 (전임비로 지급한) 금액을 확인시킨 후, 조사를 하는데 (검찰에서)유도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리부장은 현장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전임비를 지급했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것이 마치 노조의 협박에 의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조사를 몰아갔다고 전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관리부장이 조사받을 당시 검찰의 질문과 관리부장의 답변을 아래에 그대로 옮긴다. (아래는 이 관리부장의 전언(傳言)으로 조사 당시의 문답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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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 전임비를 왜 줬나?
=관리부장 : 현장을 개설하면 노동자들이 많이 있고 하니까 노동자들 권익을 위해서 (건설노조와) 협의를 해서 해달라고 해서 협약을 맺어서 준 거다.

-검찰 : 왜 줬나?
=관리부장 :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요구를 하니까 준 거다.

-검찰 : (노조가) 강제로 그런 것 아니냐?
=관리부장 : 노조와 협의를 해서 현장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 그런 거다.

-검찰 : 그게 강제로 그런 것 아니냐? (다른 현장에서는) 안전시설이 미비하면 사진을 찍어서 노동부에 고발하고 하니까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임비를 줬다고 하는데 거기서도 그런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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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건설 관리부장 "마지못해 준 것으로 유도조사, 갈취라고 생각치 않는다"

이 관리부장은 "검찰이 계속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답변을) 유도해서 우리가 마지못해 (전임비를) 준 것으로 조사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와 협약을 맺고 전임비 등을 지급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끼기는 하지만 (검찰의 주장처럼) 갈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위와같이 검찰이 현재 경기도건설노조 간부들에게 형법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공갈)'을 적용해 진행하고 있는 수사가 짜맞추기식으로 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은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2003년 10월에도 천안아산지역건설노조(이후 충남지역건설노조로 명칭변경)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공갈혐의로 체포해 구속시켰었는데, 부위원장의 경우 사건 발생 후 노조활동을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구속시켰다가 곧바로(11월 1일) 석방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도 비판 "노조에 공갈죄 적용 19세기에나 있었던 일"

현재 검찰의 경기도건설노조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조차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도재형 교수(강원대 법대)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이나 파업과 관련해 공갈죄를 적용한 것은 19세기 독일에서나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21세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도 교수는 "(이는) 지역건설노조의 특성이나 단체교섭의 기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영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도 "원청업체들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산업안전법위반사안들을 고발하겠다고 한 것만으로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지 않는 행위"라며 "위 행위만으로는 공갈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고용관계가 다단계로 이뤄져 있어 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원청업체와 단체협약을 맺을 필요성이 절실하고, 단협을 체결하기까지의 노사간 통상적인 힘겨루기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검찰이 건설노조를 무리하게 탄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