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용직 ‘퇴직공제제도’ 겉돈다
[속보, 사설/칼럼] 2003년 06월 20일 (금) 02:39


일부 관급·아파트 공사장서만 시행…가입률도 절반 못미쳐 “날품팔아 먹는 사람들에게도 퇴직금 준다고 떠들 때부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기대했는데, 역시 우리는 날품팔이에 불과한가 봅니다.” 19일 오전 경기 성남 분당새도시 한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만난 철근공홍아무개(48)씨는 건설근로자퇴직공제회에서 발급한 복지수첩을 연장통에 처박아놓은 지 오래다.
홍씨는 “공사판이 다 똑같지, 어느 현장에서는 복지수첩을인정해주고 또다른 건설현장에서는 아예 ‘그런 것 모른다’고 하니 그까짓 수첩이무슨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퇴직공제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제도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에게 퇴직금 성격의 퇴직공제금을지급하기 위해 50억원 이상 관급공사와 500가구 이상 아파트공사장에서 일하는노동자들을 대상으로 199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10억원 이상 공사와300가구 이상 아파트공사장 노동자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집계를 보면 이날 현재 진행중인 500가구 이상 아파트공사현장 406곳 가운데 퇴직공제회에 가입한 곳은 188곳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고있다.

또 공제회에 가입하더라도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복지수첩을발급하지 않거나 공제증지 발행을 하지 않아 실제로 혜택을 보지 못하는 노동자가많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오는 7월부터 사업주가 공제회 의무가입, 복지수첩발급신청, 공제부금 납부, 공제증지 첨부 등의 의무사항을 이행하는지 여부를지방노동관서장이 감독해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으나 과태료 액수가 200만원에불과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하루 공제금액이 1인당 2천원으로, 한달에 25일씩 1년을 일해도퇴직공제금으로 쌓이는 액수는 60만원밖에 안돼 일반 기업체 노동자들의 퇴직금에비해 형편없이 작은 액수다.

또한 건설근로자퇴직공제제도가 민간업체공사의 경우 아파트 건설현장에 한해서만적용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건설산업연맹 백석근 부위원장은“주상복합건물이나 상가건물 등의 경우 아무리 규모가 크더라도 공제제도 가입을하지 않고 있다”며 “건설노동자의 퇴직금 마련이라는 법 취지를 살리려면 대상을민간발주공사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상석, 성남/김기성 기자 oss@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